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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일상/군대 2007/06/09 14:40
2005년의 10월. 난 15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구르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너무 길었다. 정말 잠자는 그 시간이 그렇게도 꿀맛 같을 수가 없었다. 눈을 뜨고 있으면 굴러야 했고, 소리를 질러야 했으며,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자대에 와서 2개월. 그 길었던 2개월이 지나고 첫 번째 휴가. 지금 생각하면 아득한 일이다. 벌써 난 606일을 군대에서 썩었고, 123일만 있으면 그리운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처음 100일을 버텼던 만큼만 버티면 된다.


내게 남은 건 시간당 150원의 시급, 그 썩어먹을 시급마저도 PX와 휴가로 날려버린 통에 구멍나버린 주머니와, 극도로 긴장이 풀어진 썩어빠진 정신머리, 수습이 안되는 몸뚱아리 밖에 없다.

그렇게도 초콜릿을 좋아하는 내가, 그렇게 먹고도 살이 쭉쭉 빠졌던 내가, 여기에선 짬만 먹어도 살이 찐다. 아니, 물만 먹어도 찐다. 하루에 10km를 뛰어 본다. 내게 남는 건 닳고 닳아버린 무릎 관절과 운동화, 미칠듯한 배고픔, 하늘을 찌를듯한 피로뿐이다. 이제는 이런 걸 감수하고 뛰기에는 지쳐 버렸다. 아니면 짬에 너무 찌들었던가.




이젠 지긋지긋하다. 6년 내내 교복에 스포츠. 이젠 군복에 스포츠. 집단에 항상 있는 버러지들. 이 버러지들과 왜 여기에서 이 짓거리를 해야만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6년이면 충분하지 않나?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시간은 흘러간다. 이 버러지들도 하나 둘 사라진다. 군복은 찢어버릴 테고 머리는 자랄거다. 이렇게 또 리셋 되어 버렸다. 몸도 마음도 돈도. 단 하나 리셋 할 수 없었던 건 시간인가. 난 2년 동안 내 삶을 리셋 했다. 육실헐.

얼마나 더 남은 걸까. 내가 지치기엔 너무 이른 건가? 후우. 일단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생각하자. 그래, 이제 잊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종교재판은 면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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