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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일상/군대 2007/06/16 11:15
난 근무가 싫다. 누가 그랬던가? 군대에 가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고...
군대에 가보긴 한 건가 의문이 든다. 매일 밤 근무를 쳐 나가니 도대체 뭘 보고 규칙적인지 알 수가 없다. 이놈의 근무는... 부질없다. 후아... 다리 아프고 할 말도 없고 죽겠다. 왜 생판 모를 놈과 조막만한 초소 안에 틀어박혀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나를 비롯한 그들은 무수히 많은 낙서를 초소에 남긴다. 별의 별 내용이 다 나온다. 너도 죽이고 나도 죽이고 얘도 보고 싶고 쟤도 보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아주 난리가 났다. 우리는 무엇을 남기는가.





20을 갓 넘긴 ‘장정’들이 쥐와 벌레가 점령한 수도관이 질질 새는 낡아빠진 막사에 기어 들어와서는 이 부질없는 짓을 하고 있다. 그들과 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할까. 만약 이곳에 우리가 없었다면 우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만약이라는 전제는 말이지. 재수가 없어. 왠지 지금 하고 있는 일 보다는 만약을 위시해서 나오는 것이 뭔가 더 그럴듯하거든. 그런데 말이지. 솔직히 장담 못하겠네. 여기에 오지 않았더라도 지금보다 더 나아졌을지 말이지.




탄약고에서 작업을 하면서 얼핏얼핏 생각나지. 요즘은 조금 더 그래. 내가 처음 왔을 때 나와 같이 첫 번째 벽돌을 쌓던 녀석들이 전역하고 있으니까. 나도 어느새 그들이 못 본 녀석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들에게 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이곳에서 썩었단 말이지. 그리고 언젠가 그들도 내가 한 이야기를 할 테고, 그 이야기와 더불어 내 이야기도 하려나.



내가 탄약고에 남긴 무수히 많은 내 이름을, 언젠가 내 부사수의 부사수의 부사수의 부사수가 슬쩍 보려나.


2006.06.18 간만에 115BAY 공간작업 중. -3윤용학, -2배성호


조막만하게 적힌 소로트 다이의 낙서를 보며 “이야, 2006년이래. 이 사람들 지금은 완전 30대겠네.” 라고 말할 놈이 있으려나. 마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린 잊혀져간다. 처음부터 기억되기를 바란 것이 아니기에, 기억될 만한 범인이 아니라 그저 그런 범(凡)인이기에 묻히고 묻히겠지. 또 모르지. 언젠가 군인이라는, 118 BAY 창고계라는 그런 작은 공통점으로 시작되어 내 이름이 적힌 흔적이 발견될런지도. 하지만 난 그를 모르고 그도 날 모른다. 그 작은 차이. 그 때 내가 거기에 있을 수 있다면. 그 흔적속에 내가 있다면 말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영원을 바라며 남긴 것은 아니지만 영원하길 바라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뭔가를 남길게야. 사람들은 다 똑같아. 내가 아는 것이 내가 아는 그대로이길 바래. 그리고 당신 역시.









난 오늘도 흔적을 남긴다. 마치 모래사장에 남긴 낙서처럼. 지워질 것을 알지만, 그래도 순수한 그 찰나의 순간에 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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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쓴 글이, 내가 모르는 곳에,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인용되고 싸질러지는 것이 싫다.